KT&G 정조준한 행동주의펀드 "거위 배를 갈라 당장 '황금알' 꺼내야"

입력 2022-12-15 10:41   수정 2022-12-16 10:44

이 기사는 12월 15일 10: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거위(KT&G) 배를 갈라 황금알(한국인삼공사)을 꺼내려 한다고요? 거위 내장이 부패해서 알까지 썩을 위기라면 빠르게 배를 열어서 둘 다 살려야죠.”

KT&G에 주주제안을 진행 중인 이상현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 대표(사진)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관장’으로 유명한 인삼사업의 분리상장은 KT&G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킬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FCP는 10월 KT&G에 대한 5대 주주 제안을 내걸고 주주행동에 돌입했다. △한국인삼공사 인적분할 △궐련형 전자담배 ‘릴’ 글로벌 전략수립 △비핵심사업 정리 △잉여현금 주주 환원 △사외이사 선임 등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전세계 사모펀드(PEF)들에 인삼공사에 투자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면 모든 PEF들이 4조~5조원을 들고 뛰어들 것”이라며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이보다 경쟁력 있는 헬스케어 식품 기업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KT&G 내 건강기능사업 매출은 올해 3분기 누적기준 1조1125억원으로, 전체 매출(4조4444억원)의 25% 수준이다. FCP는 한국인삼공사의 기업가치를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770억원의 20배인 약 4조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담배 부문의 경우 연간 EBITDA가 1조원으로 전세계 담배 업종 평균인 12배를 반영하면 12조원이다. 여기에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8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KT&G의 시가총액(약 13조원)에는 인삼 부문의 기업가치가 사실상 0원으로 반영됐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마케팅 역량만 끌어올리면 충분히 더 빛을 볼 사업이지만 현 지배구조 하에선 담배 판매 전문가인 임원들이 돌아가며 ‘총독’처럼 부임한다”며 “예를 들어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처럼 역량있는 분을 영입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도 지금 지배구조에선 차단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FCP는 이달 13일 KT&G 측에 이사회 회의록 열람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본격적인 공세에 돌입하기도 했다. 회사 측이 이를 거부할 경우 가처분신청을 시작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현재 KT&G 경영진이 이사회를 대신하면서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가 실종된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이사회에서 저희를 비롯한 소수주주의 요구를 논의해달라 재차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을 이끄는 김태현 이사장이 특정 대주주가 없는 이른바 '소유분산기업'들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도 ‘환영’ 의사를 밝혔다. KT&G는 현재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지분율 7.55%)에 올라있고 국내외 자산운용사와 기업은행 등이 소수 지분을 나눠보유하고 있다. KT, 포스코 등과 함께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에 속한다. 김 이사장의 발언 이후 KT도 최근 구현모 대표가 ‘단독후보 지위’를 내려놓고 ‘복수후보 경선’을 진행하겠다고 스스로 나서기도 했다.

이 대표는 “KT&G는 회사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CEO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대표적인 스튜어드십 낙제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린지 11일만에 현 백복인 사장의 3연임을 결정하는 등 실질적인 경쟁 절차가 이뤄졌는 지 의문”이라고 했다. 백 사장이 선임된 2016년 주당 13만7000원이던 KT&G의 주가는 주당 9만8600원(14일 종가 기준)까지 약 28% 하락했다. 이 대표는 “백 사장의 재임기간 동안 코스피지수가 27% 오를 때, KT&G 주가는 같은 폭으로 하락했다”며 “주주가치 하락에도 백 사장은 3연임에 성공했고 성과급 산정에 ‘주가 부양’이 명시됐음에도 이사회가 역대 최대 성과급을 백 사장에 부여한 점에 대해 의사록을 열람해 면밀히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동주의펀드가 과도한 배당을 요구해 회사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일부 주장과 관련해 이 대표는 “왜곡된 통계로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배당 성향을 비교하려면 모든 코스피 상장사들의 평균이 아니라 담배업종간 비교를 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립모리스 등 글로벌 담배업체들은 90~100% 배당성향을 유지하면서도 신기술 투자와 M&A도 병행하며 매년 성장하고 있다”며 “KT&G가 안정적 배당과 성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바꿔 전 국민이 노후자금을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FCP 설립 이전 글로벌 PEF 칼라일의 한국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은 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을 권리와 주주총회에 참여해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할 두 가지 권리를 산다는 뜻”이라며 “PEF가 개인투자자보다 수익률이 좋았던 건 배당 수익 뿐 아니라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해 회사를 바꿈으로서 얻는 수익을 둘 다 누릴 수 있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진 회사가 주주들의 의사를 무시하면 주식을 팔고 떠나버리는 소극적인 대응에 그쳐 있었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PEF 출신 인사들이 대거 행동주의 시장에 뛰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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